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김선우 번개 친다, 끊어진 길 보인다 당신에게 곧장 이어진 길은 없다 그것이 하늘의 입장이라는 듯 번개 친다, 길들이 쏟아내는 눈물 보인다 나의 각도와 팔꿈치 당신의 기울기와 무릎 당신과 나의 장례를 생각하는 밤 번개 친다, 나는 여전히 내가 아프다 천둥 친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아프다 번개 친 후 천둥소리엔 사람이 살지 않아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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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는 순간이지만, 모든 걸 밝힌다. 사랑의 끝도, 길의 단절도, 우리가 감추고 있던 내면의 고통도. 김선우의 시는 그 순간의 번쩍임 속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의 진실을 드러낸다. 아프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가 아프고 ‘당신’이 아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천둥의 고요 속에서 감정의 외딴섬에 홀로 남겨진 느낌, 그 쓸쓸한 평온이 어쩌면 우리가 받아들인 상처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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