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그곳이 멀지 않다 - 나희덕

나안 2024. 8. 14. 12:40

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사람 밖에서 살던 사람도

숨을 거둘 때는

비로소 사람 속으로 돌아온다

 

새도 죽을 때는

새 속으로 가서 뼈를 눕히리라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아무리 마음을 뻗어보아도

마지막 날개를 접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

 

어느 겨울 아침

상처도 없이 숲길에 떨어진

새 한 마리

 

넓은 후박나무 잎으로

나는 그 작은 성지를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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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끝이 아니라 돌아감이다.
사람도 새도 결국 제 자리로 돌아간다.
그곳은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