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늘 가던 관악산은 심심하다.
오늘은 북한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한 우이동이나 불광동 방면말고...
그래 정릉으로 들머리를 삼아보자.
4호선 길음역에서 하차하여 버스를 고른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정확한 목적지가 없으니 버스 찾기도 쉽지는 않다.
낮설은 동네에서는 현재 위치가 어딘지를 알고
가야할 곳이 어딘지를 정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청수장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중간에 보국문과 칼바위 능선으로 갈리는 갈림길이 나온다.
칼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한다.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평일이라 사람은 그리많지 않다.
명퇴라니...
첫 직장으로 만 20년 잘도 생활했는데.
아직 나에겐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이제 결정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직장 생활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느낌이다.
입사 초에는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다는 자만심에 어깨를 으쓱했던 기억이 있지만
남들처럼 그 흔한 재테크에 소질도 없어 이제까지 변변한 아파트 한 채 장만하지 못한게 마음에 사무치고
애들에게, 옆지기에게 지금보다 더 잘해줄 수 없을거라는 무력감 혹은 죄책감마저 든다.
40대 중반의 삶의 무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직딩들이 흔히 하는 얘기이다.
과연 삶의 무게는 무엇일까? 있는걸까? 없는 걸까?
가끔씩 경험하는 뻐근한 목덜미하며 어깨,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 등...
삶의 무게는 존재하나보다.
그런데 무게가 존재한다면 나이 순으로 그걸 느껴야하는데
내가 느끼는 이 무게가 과연 진짜 무게인가?
20대에는..., 30대에는..., 40대에는..., 등등
어줍잖은 설정으로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있지는 않나?
칼바위에 오른다.
아무리 근교 산이라고 하지만 매년 사고가 많이 나는 위험 구간이란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로 넘어갈까? 우회로를 이용할까?
바로 넘어가면 긴장감과 스릴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스릴은 누가 느끼고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하면 남들이 우습다고 할까?
아, 모두 내가 선택하고, 내가 느끼는 거로구나.
살다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 많은가?
내가 살아있고 튼튼한 다리가 있어,
이렇게 산에 올라
맑은 공기, 너른 풍광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임종하기 전 환자의 마지막 소원이
맑은 하늘 쳐다보면서 숨 한번 크게 쉬어보는 것일수 있다는 사실에
지금 내쉬는 이 호흡에 또 한번 감사한다.
오지않은 미래를 불안해하지말고
순간순간 내가 창조하는 것임을 알아차린다면
그 어느것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몇개의 성문과 여러개의 봉우리, 그리고 바위 등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둔 채 산을 내려온다.
그래,
삶의 무게는
단지 내가 만든 생각이었구나.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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