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서산산악회 2010년 신년 첫 산행
무주리조트는 겨울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과
덕유산 눈꽃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긴 시간을 곤돌라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
슬슬 짜증이 솓아남을 느꼈다.
이내 눈 녹듯 사라짐을 또한 느껴
생각이라는 놈은 시시각각 생멸(生滅)을 거듭하는 거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두시간을 넘게 기다려 겨우 곤돌라 탑승장 근처에 다다랐지만 아직도 멀다.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리조트 풍경
설원을 내달리는 청춘이 부럽다.
인파로 넘쳐나는 휴게소 안을 피해
한 모퉁이에서 곱은 손 부비며 허겁지겁 요기를 한다.
향적봉 오르는 길에 잠깐 뒤를 돌아 눈꽃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긴다.
거친 바람과 눈송이를 맞으며 덕유의 능선을 종주하는 산우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당일 산행이었지만 향적봉에서 중봉을 거쳐
백련사로 돌아오는 등로를 기대하였는데 여의치 않았다.
수 년 전 여름과 가을,
덕유산을 종주하면서
눈이 내린 겨울의 덕유산을 꼭 다시 오겠노라 다짐하였었다.
오늘 비록 그 곳을 들러 덕유의 주 능선을 종주하지는 못했지만
따스한 온기를 제공하였던 향적봉 대피소는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하산길에 잠시 여유를 잡는다.
올해에는 좋은 일들을 좀 많이 만들어야할텐데 ...
눈 덮힌 백련사
눈에 취한 산 손님들을 조용히 맞고 있다.
이제 산행은 끝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눈 덮힌 길만 보면 떠 오르는 시가 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밟고 갈 때는
모름지기 어지러히 걷지마라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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