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허공도 밥이다 / 신달자 겨울 강물 속을 콕콕 찍어 먹이를 삼키는 오리들 그 옆 들판 마른 풀섶에서는 이른 봄을 꼭꼭 찍어먹는 새떼들 그 아래 구멍 뚫린 흙 속에서는 밥 짓는 개미들이 분주하다 낮은 산야를 휘돌아 나무둥지 새끼들의 입 속으로 돌진하는 어미새의 입에는 따뜻한 들판 한 가닥 물려있지만 너른 산야의 수북한 밥상이 통으로 끌려간다 어디 밝음 속에서 만이랴 어디서나 고봉으로 늘려있는 어둠을 쪼아먹는 새떼들 있어 드디어 새벽빛이 흐른다 천년 허공 위에 앉아있는 배고픈 나무 솟대들이여! 저 허공도 밥이다 하늘 아래서 배 곯지 마라 바위틈새 어린 풀씨 하나도 어제보다 더 자라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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