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저 허공도 밥이다 - 신달자

나안 2019. 3. 5. 16:38

 






저 허공도 밥이다 / 신달자

겨울 강물 속을 콕콕 찍어
먹이를 삼키는 오리들
그 옆 들판 마른 풀섶에서는
이른 봄을 꼭꼭 찍어먹는 새떼들
그 아래 구멍 뚫린 흙 속에서는
밥 짓는 개미들이 분주하다

낮은 산야를 휘돌아
나무둥지 새끼들의 입 속으로 돌진하는
어미새의 입에는
따뜻한 들판 한 가닥 물려있지만
너른 산야의 수북한 밥상이 통으로 끌려간다

어디 밝음 속에서 만이랴
어디서나 고봉으로 늘려있는 어둠을
쪼아먹는 새떼들 있어
드디어 새벽빛이 흐른다

천년 허공 위에 앉아있는
배고픈 나무 솟대들이여!

저 허공도 밥이다
하늘 아래서 배 곯지 마라
바위틈새 어린 풀씨 하나도 어제보다 더 자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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