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가장 짧은 사계절을 살았다 - 이제야

나안 2019. 8. 13. 14:36

 

가장 짧은 사계절을 살았다
이제야

자고 일어나면 어제가
빈 병처럼 와 있었다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없을까

오늘부터 빈 병에 봄을 채웠다

오늘도 봄, 내일도 봄, 당분간은
뚜렷하지만 어렴풋하게 봄
봄들만 줄을 서는 것이 봄이래

희미한 일은 초봄쯤으로 선명해지고
선명한 일은 초봄쯤으로 흐릿해지다가
기념일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모든 빈 병이 같은 봄일 때
봄은 하루가 아닌 시절이 되었다
 
너와 나에게 모두 평범해지는 날들
4일이면 사계절이 될 것 같다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점(痛點) - 정희성  (0) 2019.08.16
먼 산 - 김용택  (0) 2019.08.16
'나'를 위한 서시 - 정연복  (0) 2019.08.13
어둠도 자세히 보면 환하다 - 김기택  (0) 2019.08.13
오래된 나무 - 천양희  (0)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