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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부류 황혜경 앞문장이 뒷문장을 튼튼히 받쳐주고 먹이는 것처럼 배고픈 나를 당신이 굶주린 당신을 내가 하나가 되는 것처럼 나의 입김이 너의 것이 될 때까지 기세, 결핍, 시련, 속도 같지 않아 그래서 남이야 너야 나야 인정하기로 하지만 경사와 온도를 동시에 가늠하게 될 때 영점(零點)으로부터 툭, 떨어져 마이너스 지대에 놓이는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와 언 벼랑을 지우려고 보면 내가 잘못해서 밟은 꽃들을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쓰러진 꽃대를 세우고 흙을 다독거리는 그림 아는 것인 줄만 알았던 몰랐던 것인데 또 모르고 밟는 순간이었나 꽃잎을 설명하는 동성의 친구들은 체감이었으나 꽃잎을 떼는 이성의 친구들은 시리고 시려 똑똑, 떼기, 뚝뚝, 꺾기, 숨기는 것처럼 내게만 말을 안 해주는 것처럼 그럼 다시는 안볼 것처럼 한기(寒氣)의 온도를 잊지 않기로 하며 흘러버리기로 했는데 나는 설탕을 한 스픈 뜨다가 흘릴 때를 좋아하게 되었다 멀리서 한 무리가 오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개미들보다 먼저 걷기 시작하므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민첩한 발들이 있다고 믿으면서 기다리다가 줄지어 오는 발들이 도착하면 따뜻한 털신을 신겨야지 먹여야지 똑같이 나누자면서 10에서 절반이라고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돌아서 보니 6이었다 누군가 배려와 계산을 가르쳐 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두고 온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어디쯤 살고 있을까 불균형과 냉기를 찾아 왕진 오는 손들이 있고 산파들이 미끈거리고 뜨겁고 붉은 곳에서 조심스레 꺼내고 있다 따뜻하다 돌보는 부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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