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꽃잎 인연 - 도종환

나안 2019. 10. 29. 12:49

꽃잎 인연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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