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나안 2020. 12. 2. 17:53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를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 이석원  (0) 2020.12.02
엄마 - 정채봉  (0) 2020.12.02
새벽 풍경 소리 - 박노해  (0) 2020.11.30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0) 2020.11.30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0)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