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든든하게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 먹고 해구신을 고아 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 년의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 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 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 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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