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가(采薇歌)- 백이(伯夷) 숙제(叔齊) 登彼西山兮 采其薇矣 以暴易暴兮 不知其非矣 神農虞夏忽焉沒兮 我安適歸矣 吁嗟徂兮 命之衰矣 |
등피서산혜 채기미의 이포역포혜 부지기비의 신농우하홀언몰혜 아안적귀의 우차조혜 명지쇠의 |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뜯네. 폭력을 폭력으로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모르는구나. 신농, 우, 하나라 때는 홀연히 지나갔으니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오호라! 이제는 가야겠구나, 우리의 운명도 쇠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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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가(采薇歌)」는 고대의 비극이 아니라 묘하게 익숙한 현실 이야기 같다.
백이와 숙제는 힘으로 나라를 빼앗은 주 무왕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서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며 살았다. “폭력을 폭력으로 바꾸었으니,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는구나.” 이 한 구절은 3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힘과 이익이 정의를 대신하는 장면을 본다.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며,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세상.
그 속에서 백이와 숙제의 선택은 참 극단적이다. 돌아갈 곳이 사라진 세상에서 그들은 고사리를 캐며 버티다 죽음을 택했다. 지금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 도시의 바쁜 길 위에서, 빛과 소음 속에서, 나 하나쯤은 세상과 타협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을까. 신념을 지키는 일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변명하지 않을까.
하지만 「채미가」는 묻는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그 물음은 단순히 장소를 찾는 질문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머물 자리를 찾는 질문이다. 우리가 서 있는 이 시대가 내 마음이 기댈 수 있는 곳인지, 아니면 이미 떠나야 할 만큼 변해버린 곳인지, 돌아볼 기회를 준다.
백이와 숙제처럼 목숨을 내놓는 선택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잊지 않고 사는 것, 그게 지금 시대에 이 시가 던지는 가장 절실한 메시지다. 살아남는 법만 배우느라, 제대로 사는 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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