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가시나무 - 천양희

나안 2022. 7. 10. 17:02

가시나무

                                        천양희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생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별 - 송찬호  (0) 2022.08.15
새 - 류근  (0) 2022.07.29
청포도 - 이육사  (0) 2022.07.10
쓸쓸한 시절 - 이장희  (0) 2021.11.24
몸살 - 김선우  (0)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