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새 - 류근

나안 2022. 7. 29. 10:48

                               류근

 

지혜로운 새는 세상에 와서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다

바람보다 먼 울음을 울지 않는다

 

지상의 무게를 향해 내려앉는

저녁 새 떼들 따라 숲이 저물 때

아주 저물지 못하는 마음 한 자리 병이 깊어져

 

집도 없이 몸도 없이

잠깐 스친 발자국 위에 바람 지난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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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집 없이

無巢輕翼鳥 (무소경익조)
보금자리 없는 가벼운 날개 새여,

不泣過風聲 (불읍과풍성)
바람보다 먼 울음조차 삼켰도다.

暮色林中落 (모색림중락)
저녁빛 숲속에 날아드는 그대 모습,

心病猶未平 (심병유미평)
마음의 병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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