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류근
지혜로운 새는 세상에 와서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다
바람보다 먼 울음을 울지 않는다
지상의 무게를 향해 내려앉는
저녁 새 떼들 따라 숲이 저물 때
아주 저물지 못하는 마음 한 자리 병이 깊어져
집도 없이 몸도 없이
잠깐 스친 발자국 위에 바람 지난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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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집 없이
無巢輕翼鳥 (무소경익조)
보금자리 없는 가벼운 날개 새여,
不泣過風聲 (불읍과풍성)
바람보다 먼 울음조차 삼켰도다.
暮色林中落 (모색림중락)
저녁빛 숲속에 날아드는 그대 모습,
心病猶未平 (심병유미평)
마음의 병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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