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북극성
- 이순(耳順)
박남준
직진만이 길이 아니다
굽이굽이 휘돌지 않는 강물이 어찌
노래하는 여울에 이를 수 있는가
부를 수 있겠는가
나무의 상처가 뒤틀려서 한 몸에
서로 다른 무늬를 만들듯
번뇌가 통점을 억누르며 영혼을 직조해나간다
꼭 그만큼씩 울음을 채워주던 강물이 말라갔다
젊은 나의 나침반이었던 내 마음의 북극성만이 아니다
간밤에 미처 들여놓지 못한 앞 강이
꽁꽁 얼기도 햇다
강의 결빙이 햇살에 닿으며 안개 또는 김발로 명명되고
가물거리는 아지랑이를 만든다
아~아지랑이
어쩌면 치미는 슬품 같은 먼 봄날의 아지랑이
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
강을 건너온 시간이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
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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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코 직진이 아니다.
굽이진 강처럼, 상처로 뒤틀린 나무처럼,
시간은 우리를 조금씩 비틀고 굽히며 단단하게 만든다.
‘마음의 북극성’은 젊은 시절 나침반이 되어주던 믿음이나 이상이
이제는 얼어붙거나 희미해졌을지라도,
그 자리에 남은 가늘고도 고요한 평온을 노래하는 시다.
치미는 슬픔조차 이제는 무겁지 않고,
아지랑이처럼 가볍게 떠오르는 날들이 되었다.
귀가 순해지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이순의 시간.
그 시간의 언덕 위에서 우리는 마침내,
삶을 들을 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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