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의 대열에서 이탈하였음에도
지나고 보면 늘 아쉽고 짧지요.
선풍기를 한 번 더 쓸 일이 있을까
치우지 못하는 사이에
조석으로 느끼는 바람은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김이 모락나는 찻잔에
풀벌레 소리 살며시 담그고
잘 마른 국화 꽃잎 하나 띄워
우러나는 향기에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조향미 시인의 "국화차"입니다.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 이율곡의 "화석정" 中
한가위날 저녁에 만난
먼 옛날 율곡이 노래했던 "외로운 둥근달"입니다.
구름에 걸린
그 둥근 달을 보여 주기 위해
그 저녁 하늘은 이랬다고
고향 소식 알리는 카톡방이 북적거렸습니다.
이쪽에서 보면 달리는 말 같기도 하고
저쪽에서 보면 동자승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모두에게
좋은 소식 전해주는 길운(吉雲)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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