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국화차 - 조향미

나안 2018. 9. 27. 16:53

 

언제부턴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의 대열에서 이탈하였음에도

지나고 보면 늘 아쉽고 짧지요.

 

선풍기를 한 번 더 쓸 일이 있을까

치우지 못하는 사이에

조석으로 느끼는 바람은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김이 모락나는 찻잔에

풀벌레 소리 살며시 담그고

잘 마른 국화 꽃잎 하나 띄워

우러나는 향기에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조향미 시인의 "국화차"입니다.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 이율곡의 "화석정" 中

 

 

한가위날 저녁에 만난

먼 옛날 율곡이 노래했던 "외로운 둥근달"입니다.

 

 

 

구름에 걸린

그 둥근 달을 보여 주기 위해

그 저녁 하늘은 이랬다고

고향 소식 알리는 카톡방이 북적거렸습니다.

 

이쪽에서 보면 달리는 말 같기도 하고

저쪽에서 보면 동자승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모두에게

좋은 소식 전해주는 길운(吉雲)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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